작품 소개 :

- 패러디 장인(匠人)의 발칙한 상상

"지져스 크라이스트 섀도 스트라이커"의 저자 해사람은 과거에 웹툰 "세기말전설 앙골모아"와 "공길동전"을 통해 패러디에 기반한 서브 컬쳐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바로 그 작가이다. 그의 주체할 수 없는 패러디 본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그 위력을 발휘하여, 역사상 전례 없는 모습의 스포츠 소설이 이렇게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작가는 전작 "공길동전"에서 전통적인 세로 쓰기 방식과 동양화 풍의 그림체를 차용하여 패러디 문학의 효과의 극대화를 시도하였듯이, 이번에는 아예 신약 성서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문단 구성과 스토리 전개를 통해 우리의 점잖은 상식들을 송두리째 파괴해버린다.

그렇게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판'을 깔아놓은 연후에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각종 소재와 코드들을 섞고 변용하여, 마침내 성서 속의 '지져스 크라이스트'의 이야기는 축구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간 한 사나이의 영웅담으로 바뀌어 간다.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 해외에서 온 유소년 영입 에이전트들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3-5-2의 기적'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실소(失笑)를 넘어 이 익숙하고도 새로운 세계에 우리를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그분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발에 태클을 걸거든 다른 발마저 돌려 대어라. 쌍방 옐로카드의 길을 걷지 말고, 상대에게 옐로카드를 누적시켜 퇴장시키는 자가 진정 현명한 자이다.”

- 지져스 크라이스트 섀도 스트라이커, 14장 22절

- 운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성서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지져스 크라이스트, 예수 그리스도는 백성들을 구원할 구세주로 점지받은 채 태어난다. 이 작품 속의 축구인(蹴球人) 지져스 크라이스트 또한 "☆드컵의 별이 되리라"고 점지받은 채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천사가 예언한 것과는 달리, 30세가 넘도록 마을의 평범한 목수 일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반적인 엘리트 축구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특별 교육을 받아 명문 학교들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인생은 어찌 보면 "축구선수로서는 이미 끝난 것"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현실에 묶어두던 속박이 끊어지자 마치 강 위로 떠오른 나무조각처럼, 운명이 자신을 이끄는 곳으로 선선히 나아간다. 그에게 있어서 "이미 늦었어, 당신은 해낼 수 없어." 라는 주변의 만류와 비웃음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마침내 그를 천사가 점지했던 예정된 미래에 서 있게 한 것은 과연 '예언'의 힘일까, 아니면 포기라는 것을 몰랐던 그의 똥고집이 만들어낸 기적일까.

세상에는 수많은 똥고집쟁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오직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을 옳다고 믿으며 끝없이 그것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들 중 일부가 마침내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서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똥고집'이라는 이 볼썽사나운 단어는 ​'신념(信念)'​이라는 또 다른 아름다운 단어로 변모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우리들이 어릴 적에 가졌었던 꿈을 잊어갈 때, 지져스 크라이스트라는 이름의 축구 광인(狂人)이 그려나간 신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는 것은 어떨까.

“보아라 꿈이 없는 자는 언젠가 불타 없어질 쭉정이와도 같으니,
꿈을 꾸는 자는 언젠가 그가 하늘에 요구한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너희는 이처럼 끝없이 갈망하고, 끝없이 전진하여라. 그리하면 네 뜻이 하늘에 닿으리라.”

- 지져스 크라이스트 섀도 스트라이커, 26장 3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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